미워할 수 없는 어머니. 생각 나무

“점심 먹어라~!”는 말을 듣고 식탁으로 갔다. 수저를 들고 밥 한술 뜨는 순간, 난 어머니의 정성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어제만 해도 껍질째 있던 땅콩이 딱딱한 껍질은 물론이고 안에 있는 갈색 껍질까지 벗겨져 접시에 담겨 있었던 것.

뭐 땅콩 하나 때문에 그러느냐 그러겠지만, 이렇게 해 놓은 건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쭈그렁 할머니가 되어 머리도 희어지고 검버섯도 생긴 어머니. 어머닌 땅콩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해서 언제부터인가 땅콩을 드시지 않는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은 손도 잘 안 가고, 정성도 안 간다. 생각해 보자. 집에 먹을 것 사들고 갈 때 자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 발길이 돌려지는 것을.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음식도 자식을 위해 다듬고 챙겨 주시는 어머니. 새벽같이 일어나 밥 챙겨주시는 어머니. 결혼하면 부인이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출근을 하면서 누워 있는 부인을 보며, 차마 밥 달란 말도 못 꺼내고 조용히 가방 챙겨 출근한다는 직장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나도 그럴 테지.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음식을 다듬는 것.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챙기는 것.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직장같이 8시까지 출근, 게다가 거리도 멀고, 30분쯤 일찍 출근한다고 생각해 보자.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새벽 5시! 이게 참,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직장이라는 특별한 까닭이 없으면 아침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기란 힘들다. 특히 저녁 12시쯤 부인이 잠들었다면 새벽부터 일어나 밥 챙겨 달란 말하기가 미안하다.

어머닌 아무리 늦게 잠들었어도 꼭 그 시간이면 일어나 날 깨우고 국도 끓여 주신다. 벗기기 힘든 땅콩과 호두 껍질도 깨서 내가 먹기 쉽게 접시에 담아 두신다. 난 이런 엄마를 보며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돌아가신 후를 생각하며 “돌아가시면 화장해야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불효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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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라는, 외로운 존재 2006/02/13 15:50 #

    아까 엄마하고 전화통화를 했다. 엄마하곤 거의 일주일에 한번정도씩은 통화를 하는것 같다..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몇번 글로 쓴 적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저절로 나는 눈물을 쏟아내게 된다.. 면목없는 내 지금의 상황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엄마와 전화통화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전에 신문에서 보았는데.... 자녀 1명당 들어가는 돈이 1억이라고... 그 기사를 본순간... 참 가슴을 치고 싶었다고... 그 돈을 부모 자신을 위해서 썼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 more

덧글

  • Nova_Mania 2006/02/12 19:26 # 답글

    어머니란 그래서 뒤에서 볼때마다 안쓰러운 분이죠.
  • 웅이 2006/02/12 22:14 # 답글

    Nova_Mania님: 그래서 더 믿음직한 분이기도 하구요.
  • 나무피리 2006/02/13 15:51 # 답글

    예전 이글루 있을때 썼던 글인데 웅이님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엮고 가요.
    엄마라는 존재는 그래서 더 짠하게 와닿는 것 같아요.
    글을 몇번 읽어도 뚜렷한 답글을 못달고 엄마생각에 계속 눈물이 글썽글썽했어요.
  • 웅이 2006/02/13 21:38 # 답글

    나무피리님: 관련글을 읽고 나니 제가 맘이 짠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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