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글쓰기 생각 나무

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으면 병이 된다. 글쓰기는 이 병을 치유하는 한 방법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로 한 달 전에 서울 시내 어느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열네댓 살짜리 아이들한테 돈을 빼앗기고 그만 자살을 한 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돈 3만 5천 원을 빼앗긴 것이 분해서 죽은 것이 아니다. “너 이놈, 부모한테 말하면 죽여 버린다.”는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일을 당했는데도 세상 천지에 호소할 곳이 없는 아이는 죽음으로써 자기를 표현한 것이다. 자기를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이 한 가지 사건으로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자기를 표현하는 데 가장 쉽고 널리 쓰는 수단이 말이다. 말을 못하게 했을 때 사람의 표현은 우선 막혀 버린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말을 자유롭게 정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무슨 똑똑한 아이를 키운다는 정도의 관점이 아니라, 아이들의 목숨을 짓밟아 버리지 않고 고이 피어나게 하는, 생명 구원의 교육이란 자리에서 그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글쓰기는 말하기의 다음 단계의 교육이지만, 말하기와 아울러서 하는 중요한 표현 교육이다. 만약, 앞에서 얘기한 그 아이가 말로 할 수 없었던 그 억울한 사연을 글로 쓸 수 있었다면 결코 죽기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아이는 왜 자기의 얘기를 글로 못 썼는가? 학교에서 써야 하는 글은 어른들의 글을 흉내내거나, 거짓스런 얘기로 머리로 꾸며 만드는 글이다. 교과서도 어른들이 쓴 재미 없는 글을 공부하고 난 다음 그와 비슷한 글을 쓰도록 가르치고 있다. 온갖 공문 지시로 아이들에게 쓰게 하는 글도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을 정직하게 써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나날이 쓰게 되어 있는 일기조차 실제로 겪은 일을 솔직하게 써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왜 이런 답답한 얘기만 썼느냐?” “슬픈 일이나 걱정스러운 일을 쓰지 말라.” “하루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한 것을 써라.” 이런 따위로 담임 선생님한테서 지시를 받기가 예사다. 그러니 우리 나라 아이들은 글과 삶을 아주 딴 것으로 본다. 글을 글이고 삶은 삶이라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쓴 글이 왜 그렇게 재미가 없는가, 천편일률인가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 형도 그랬다. 오랫동안 우리 형이 왜 정신병이 걸렸을까 생각했다. ‘답답했겠지…, 근데 그 답답함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잖아.’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남인데다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배운 기술이 없으니 어디 취직을 하려 해도 제대로 안 되고 답답했을 테지. 그래서 우리 형은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그렇게 앓다가 죽었다. 인생을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것이 아니라 술, 담배, 본드, … 자신을 잠시 달래줄 수 있는 그런 약물과 상황으로 깡패 짓을 하다가 그렇게 죽었다.

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어머니가 답답해서 바가지를 긁으면 자신의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려 했다, 자신의 몸에 똥을 부었다. 정말 그때는 지옥 같았다. 형을 원망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은 마음대로 안 되지, 어디 호소할 데도 없지, 그렇게 속으로 끙끙 앓다가 자신을 포기하고 병이 들었겠지.

이오덕 선생님의 말대로 만일 우리 형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난 적어도 정신병에는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자신을 표현하면서 더 나은 가치과 삶을 발견하고,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면, 우리 형은 적어도 자신을 그렇게 포기한 채 살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로 할 수 없는 건 글로 표현하면서 삶에서 진실이 무언지 생각해 보자. 글을 쓰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정리된다. 생각이 넓어진다. 내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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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책벌레 2008/03/15 19:16 # 답글

    쉽지 않으실텐데, 마음속의 상처를 말씀해주셔서 괜스레 고맙고 위로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웅이 2008/03/15 21:08 # 답글

    책벌레님/ 이젠 돌아가신 분인 걸요. 다 지난 일이에요.
  • 2008/03/15 21:4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3/16 06:4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8/03/16 12:1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웅이 2008/03/16 13:19 # 답글

    비공개님 at 12:13 / 반가워요. 정말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죠. 스스로 깨달아야 하나 봐요. 이오덕님은 그런 면에서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을 깨닫게 해 준 분이에요.
  • February 2008/03/16 21:52 # 답글

    웅이님.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담번에 할게요. ㅎ
  • 웅이 2008/03/16 22:14 # 답글

    February님/ 마음 아픈 일이 있었군요. 그래요, 다음에 이야기해요.
  • 웅이 2008/03/16 22:17 # 답글

    비공개님 at 21:45/ 어라, 이상하네요. 제가 한 덧글 응답이 비공개로 되어 있네요.

    오, 그런 좋은 책이 있었군요.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가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죠.
  • 로렌스 2008/03/17 15:49 # 답글

    웅이님의 글은 항상 어떤 의미를 전달합니다.
    '삶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 나무피리 2008/03/17 18:06 # 답글

    처음에 이 글을 보고 덧글을 달았다가 그냥 지웠더랍니다.
    맘속에 있는 걸 글로 쓰고나야 맘이 편해지는 요즘인데, 아직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
    마음이 아프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을거에요 정말로요.

    글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그게 어떤 생각이었어요, 하고 말할 수 없을만큼 많은 생각을요. :)
  • 웅이 2008/03/17 19:02 # 답글

    로렌스님/ (잘 봐 주셔서)고맙습니다. 정말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죠. 그 사실을 깨달으면 삶을 즐길 수 있고, 도전할 힘이 나죠. 저는 늦게서야 그 사실을 발견했는데, 정말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것을 잃어도 두렵지 않아요.

    나무피리님/ 그러셨군요. 나무피리님 글을 최초 글부터 다 읽었을 때가 기억이 나요. 첫 번째인가 두 번째인가 나무피리님이 달아주신 그 덧글 때문이었을 거예요. 나무피리님이 덧글을 달 때 그 사람의 처음 글부터 다 보신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해 보자 해서 그 많은 글을 다 읽었죠. 정말 오래 걸렸어요. 요즘에는 그렇게 안 하시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숨겨진 글자가 있었죠. 그것까지 다 읽었어요. 많은 생각이라고 한 것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몇 가지는 이해해요. 잘 될 거예요.
  • mariner 2008/03/26 13:45 # 삭제 답글

    아주 어렸을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에게 운동장에서 돌을 던졌다는 누명을 써서 눈물을 흘리며 일기를 쓴 기억이 납니다. ^ ^ 그때 일기는 강제적으로 써야 했는데 오히려 그게 약이 된 셈이죠..

    선생님께서 저의 일기도 읽어주시고 자수한 친구의 일기도 읽어주시고 해서 용서하고 이해해서 우정을 지켜온 기억있습니다.

    글쓰기와 표현 다시 한 번 의미를 되새김질 해봅니다. ^^
  • 웅이 2008/03/26 16:28 # 답글

    mariner님/ 음… 아름다운 덧글이네요. 내용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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