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1) 출판 편집

책을 잘 만드는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슨 무슨 비법, 이런 인스턴트 식품 같은 것 말고,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동안 실제 업무(앞으로는 실무라고 줄여서 말할게요.)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한 업무를 꼽으라면 내용이 틀렸는지 검토해 보는 작업, 원고를 재배치하고 다듬는 작업, 조판자와 동료와 상사와 호흡을 맞추는 작업이다.

놀랍게도 영어가 없다. 신입사원 입사원서에 필수처럼 되어 있는 영어가 말이다. 요즘은 영어, 영어,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영어는 기본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일을 하든지 직접 영어와 관련 있는 부서가 아니면 영어 쓸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일을 얼마나 명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 말이 영어가 전혀 필요치 않다는 말은 아니다. 번역서를 내는 출판사의 편집자라면 다르다. 원어의 뜻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옮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저자의 글을 편집하는 사람이라면 영어가 그리 필요치 않다. 이건 편집자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도 해당한다. 영어 쓰는 직업을 택할 게 아니라면 우리말을 제대로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길게 직업이나 인생을 본다면 남들이 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재능이 무엇일까가 더 중요하다.

내용이 틀렸는지 검토해 보는 작업을 잘 하려면 글을 빨리 읽으면서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실무에서 대박 오류가 나는 것은 자잘한 오탈자가 아니다. 써 있는 내용 자체가 틀린 것, 내용에 맞지 않는 이상한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 있다를 없다라고 쓴 것, 문장 자체가 무엇을 써 놓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다. 독자로 볼 때는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일어난다. “이거 읽어 봐! 이게 뭔 말이야?” 직원에게 물으면 그제야 다시 읽고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을 빨리 읽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
글을 빨리 읽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중요한 지식은 책에 있다. 교수나 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남보다 고급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어떻게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들은 같은 내용을 남보다 빨리 읽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정확히 이해한다. 근데 이 능력은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좀만 어려우면 싫어하는데, 살다보면 세상은 쉬운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생각하는 과정이 어렵다고 해서 자꾸 피하다 보면 남보다 잘 할 수가 없다. 삶에서 필요한 책을 선택하고, 그 책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빨리 알아내고,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 이건 너무 소중한 일이다. 꼭 해야 한다. 당연한 원리잖아? 아니 재능이 뛰어나도 노력해야 하는데, 능력이 보통인 사람이 연습을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직업으로 글을 읽는 것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높은 집중을 필요로 한다. 매번 읽는 똑같은 교정지에서 틀린 내용이 또 나온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래서 매번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교정지를 대해야 한다. 초보자나 실수를 자주하는 사람이 범하기 쉬운 게 이런 것이다. 이건 저번에 보았던 것이니까, 그때 맞았으니까, 시간도 없는데 대충 넘어가지 뭐. 이런 곳에서 오류가 나온다.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지? 자주 생긴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책방 주인, 출판 편집자, 사서 등을 한 번쯤 꿈 꿔 보았을 텐데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취미로 좋아하는 것과 실무로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두자. 현실이 다르다. 책방 주인은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어떤 책을 반품하고 어떤 책을 주문해야 하는지 더 신경 써야 한다.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하루 종일 책만 읽는 직업. 우와 너무 좋다. 꿈같은 직업일 수 있다. 그러나 실무는 안 그렇다. 똑같은 원고를 몇 번이나 보아야 하고, 다양한 성격의 저자에게 전화하고, 거래처와 부딪히고 상사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편집자는 원고만 보는 직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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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는 단순한 교정교열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2009/05/11 23:38 #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 길게 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1) 복있는사람 편집자 모집 공고 안국동 이야기 2009/04/28 06:28 http://blog.naver.com/hismessage/20066403155 [출처] 복있는사람 편집자 모집 공고|작성자 hismessage복있는사람에...... more

덧글

  • 레티노 2008/12/13 15:14 # 답글

    해야 할 일을 염두에 두고 사는 거랑 안 두고 사는건 정말 다른데, 전자로 만들어 주셔서 고마워요. 앞으로 책 한권 글 몇줄을 읽어도 이 글이 생각날 듯.
  • 웅이 2008/12/13 15:51 #

    제 블로그에 장래 희망이 편집자나 디자이너인 고등학생도 와서 보기에 글을 올렸는데 괜찮았나요? 살다보면 많은 일이 있을 거예요. 덧글, 고마워요.
  • 노말라잎 2008/12/14 00:23 # 삭제 답글

    편집자도 사서처럼 '일로 책을 대하다' 보니.... 같은 고충을 겪는군요. 그래도 보람이 있어요. 그죠? :)
    저는 책을 대하는 일이, 책을 권하는 일이.... 참 좋습니다. 책을 꼭 '읽을' 수 없더라도요.

    웅이님께서 제 질문에 댓글로 남겨놓으신 글을 보고난 후, 하루에 열두번도 더 '어려운 길' 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포기라는 단어가 제 마음속을 두드리고 있어요.ㅠ 어렵게 선택한 세컨드잡이었거든요....
    퇴사까지 해버렸는데..........................................

    그래도 책이 좋으니, 참 큰일입니다. 훕.

    용기, 내야겠죠?!
  • 웅이 2008/12/14 07:05 #

    그럼요. 용기 내야죠. 하지만 더 어려운 길인 건 사실이에요. 책을 좋아하신다면 편집자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으니 열린 사고를 해 보시는 것도 권해요. 마치 제가 연예인인데 딸이 연예인 되겠다고 할 때 아버지 마음 같군요.
  • 책벌레 2008/12/14 00:55 # 답글

    전에 올려주신 좋은 편집디자이너 만나기가 신학서적북디자이너가 되고싶어하는 저에게 꼭 필요한 글이라면, 편집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는 편집자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꼭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궁금한게 있는데, 제가 블로그에 기독교출판과 디자인 카테고리에 올리는 글들에 대해, 웅이님은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님의 글이 실무경험에 근거한 생생한 글이라면, 제 글은 탁상공론인 것 같아서 글을 읽을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추신:방 주인은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에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어떤 책을 반품하고 어떤 책을 주문해야 하는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제가 친하게 지낸 지인중에 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과 함께 창비 영업사원으로 활약하시다가 서점을 연 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책읽는 즐거움을 즐기기는 커녕, 항상 장사걱정을 하셨죠.
  • 웅이 2008/12/14 07:20 #

    에이, 탁상공론은 자기비하이고요. 실무를 해 본 사람의 어떤 글도 그 직업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더 예리하고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글을 쓰실 필요는 있는데요. 그것은 책벌레님이 가진 경험과 공부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라서 딱히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리기는 꺼려지네요.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개인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쓰는 것이 좋거든요. 그러면서 발전하는 거고요. 그렇지 않으면 구속이 돼요.
  • 책벌레 2008/12/14 14:57 #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개인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쓰는 것이 좋거든요..이 말이 핵심입니다.
    추신 : 블로그 출판칼럼내용은 책벌레님이 가진 경험과 공부의 양에 비례하니, 공부와 경험을 항상 쌓아야 한다는 충고는 님의 걱정과는 달리, 말씀하셔도 괜찮은 것입니다. 이율곡 선생님조차 항상 자신의 공부가 부족하다고 하셨다는데,하물며 아직 그리스도교 출판수준이 입문수준에 지나지 않는 제가 경험과 공부를 더 해야 함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 예리하고 더 넒은 글을 쓰라는 충고도 항상 제가 걱정하던 바이니 정확한 지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 트랙백 보내드리겠습니다.
  • opener 2008/12/17 11:34 # 답글

    와우~ 멋지네요
    오래 간만에 좋은 글 보는것 같네요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요.....
    자주 와볼게요
  • 웅이 2008/12/17 12:33 #

    반가워요. opener님 블로그도 좋네요.
  • 2008/12/27 01:2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웅이 2008/12/27 08:45 #

    오호, 그렇군요. 상담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업은 그쪽이 아니네요.
  • 2008/12/30 03: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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