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생각 나무

죽고 나서 후회하는 건 소용없는 일. 앞글에 뭐 해 먹고 사나란 글을 썼지만 웅이의 앞으로 10년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머니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 어머니는 10년 정도 사실 텐데 살아계실 때 잘 해드리고 싶다. 그건 내가 효자라서 그런 건 아니다. 내가 눈감으면서 지난날을 생각할 때 어머니와 함께 한 행복한 기억이 영화 필름처럼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야.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돈, 지식, 사랑…. 음, 어렵네. 이렇게 바꾸어 물어보면 쉬울 수 있겠지. 내가 죽는 그 순간 옛 기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 죽는 그 순간에 어머니를 미워한 기억만 떠오른다면? 후후, 꽤 불행할 거다.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필요하긴 하구나. 늘그막에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다면 참 그것도 외로운 일이겠구나. 그냥 같이 밥 먹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구나. 어머니 자리에 나를 대입해서 생각하니 어째 현실감이 팍팍 든다.

결혼해서 산다면 어머니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여자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상하고 명랑해서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여자. 어머니가 지난 시절 받지 못한 사랑을 채워줄 수 있는 여자. 나는 어머니의 투정을 받아주는 정도이지만 그 사람은 가족의 윤활유가 될 수 있는 여자. 외모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것 같다.

어머니와 내가 행복하게 사는 일. 앞으로 10년 계획에서 이것이 우선순위가 된다면 직장이나 사업 선택 기준도 달라진다. 앞으로 삶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내 앞에 다가올지 모르지만 내 삶을 받쳐줄 굵은 기둥 하나는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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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도아 2009/02/09 18:02 # 삭제 답글

    누구나 조금씩은 그런 증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 부분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잘 안되더군요...
  • 웅이 2009/02/09 18:18 #

    아~ 신경증이요? 흐흐, 제가 보기에 도아님은 조금이 아니라 많을 것 같은데. 온라인에서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치밀해 보이거든요. 도아님에게는 합리성이란 기준이 매우 중요해 보여요. 그래서 그 합리성이란 기준 때문에 기뻐하기도 하고 상처 입기도 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나이 먹으면서 슬슬 무뎌지더군요. 저번 글 보니까 책 3000권을 휙 버리는 것으로 봐서는 과감하게 미련을 버릴 수 있다는 점으로 보아 스스로 치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 wkaud 2009/02/09 20:40 # 삭제 답글

    편향된 자기 계발이 아닌 인격적으로 풍요로움을 갖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코끝이 찡해지네요.
    이런 땐 제 자신이 무척 소인배인 거 같아요. 나란 사람 혼자 세우기에도 벅찬!
    냉험한 자연질서 속에 도태되는 건 자명한 일 같으니... 다시 한숨..휴~
  • 웅이 2009/02/09 20:49 #

    인격적 풍요로움이라…. 흐흐, 고맙습니다. 누구나 자신을 세우기란 힘들어요. 다들 말을 안하고 있어서 그렇지 힘들어 하고 있지요. 그런 가운데 누가 조화로우며 굳굳한 자신의 삶을 세워가는가가 인생이란 게임이겠죠.
  • 2009/02/09 21:5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웅이 2009/02/10 08:44 #

    흐흐, 제 경우에서 여자 대신 남자로 바뀐 경우네요. 그런 남자를 만나면 참 좋죠.
    큰 부담감은 갖지 마세요. 비공개님은 성인이니 이젠 비공개님이 하고 싶은 일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면 여자는 따로 나가 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위가 오빠 역할을 대신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아요. 제 여동생도 결혼했는데 사위가 집에 오는 경우는 일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요. 같은 구에 사는데도요. 부모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부모님이 자식 생각하는 건 자식이 부모님 생각하는 것의 수천 수만배예요.
  • 보리 2009/02/10 17:51 # 삭제 답글

    괜시리 마음이 찡해집니다.
    '죽는 순간에 부모님을 미워한 기억만 떠오른다면..'
    이 순간, 그런 기억을 저도 모르게 쌓고 있는 듯 하여.. 흠칫했습니다.
    깨우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시는 일, 잘 일구시기 바랍니다. ^^
  • 웅이 2009/02/10 19:07 #

    네, 들러주셔서 고맙고, 보리님도 부모님과 행복한 기억을 많이 쌓아 놓으시기 바라요.
  • 검은머리요다 2009/02/22 17:01 # 답글

    부모님도 사람이고 부족한 것 많다는 거 인정하기도 힘들었는데 어머니가 받지못한 사랑을 주고싶다..저는 그렇게 못할 거 같습니다.
  • 웅이 2009/02/22 17:48 #

    물론 처음에는 힘들죠. 근데 현실이잖아요.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
    어머니도 나도 언젠가는 죽을텐데,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인정하고 풀고 주어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물론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다른 것이 사람이므로 쉽지만은 않겠죠. 그래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확실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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