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3.0과 3.9는 별 차이 없어요. 생각 나무

C+ 나온 과목을 때우려고 재수강하는 학생에게 “3.0과 3.9는 별 차이 없어” 라고 말해 줬어요. 그 시간에 품은 소망과 관련한 더 가치 있는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실제로 학점을 0.1점 차이까지 따지는 몇몇 대기업이 아니면 3.0과 3.9는 취업에서 별 차이가 없어요. 한 4.3~4가 되면 “음, 좀 공부했군! 그 정도예요. 어차피 오면 새로 가르쳐야 해요. 학교 공부라는 게 실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제 경험으론 4.0~2 정도 학점을 받은 학생이 더 위험(?)하더군요. 그 정도 점수를 맞기 위해선 요령을 알고 있어야 해요. 어느 정도 머리도 있어야 하고요. 근데 이런 학생들의 문제점은 똑똑한 체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그건 제 일이 아니잖아요. 과장님이 해야죠.” 이렇다든지. 뭐 할 말이 없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제 딴에는 그 직원이 성장하기 위한 계단에 있는 일을 맡겼는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또는 “이건 제가 맡기엔 버거운 일인데요. 혹시 과장님 어떤 뜻이 있는 건가요?” 이런 말은 안 하고 또박또박 대드니(?) 괘씸합니다. 심지어 요즘 직원은 심한 말 한 마디 하면 그만 둬 버려요. 그러니 이제는 그런 일을 맡기려면 눈치까지 봐야합니다.

그러나 조기 졸업한 학생은 다르더군요. 똘망똘망해요. 열의도 있고요. 확실히 조기 졸업한 학생은 그 까닭이 있더군요. 그 직원에 대한 이야기예요. 처음에는 어려운 일을 맡길 수 없잖아요. 그래서 쉬운 일로 “책 중간에 들어가는 읽을거리를 찾아봐라” 하며 일을 맡긴 적이 있어요. 생각한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해내더군요. '이거 대충한 것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어서 검토해 보니 쓸 만해요. 그 다음부터는 더 큰 일을 맡기기 시작했죠. 제 학교 후배이기도 한 이 친구는 성격도 좋아서 제가 기분이 가라앉았다 싶으면 귀염도 피워요. 이런 친구와 같이 일하고 싶어요. 근데 어째 요즘은 이런 친구 찾기가 갈수록 힘들어요.

학점 조금 떨어져도 사람됨을 갖춘 직원과 일하고 싶은 것은 제 욕심일까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배우려는 열의가 있고 가르쳐 줄수록 실력이 쑥쑥 느는 그런 직원을 두고 싶은 게 제 욕심일까요? 회식 자리에 “과장님 힘들죠?” 술 한 잔 권하는 그런 직원을 내심 바라는 건 제 욕심일까요? (요즘 직원은 자기 술 안 마신다고 술 한 잔 권하지도 않습니다.)

요즘은 이력서 사진에 포토샵 처리한 친구만 많아집니다. 심지어 면접볼 때 누군지 잘 몰라봤어요. 웃는 얼굴에 똘똘한 느낌이 좋아서 일단 면접자 명단에 올렸어요. 그 중 몇은 합격한 사람도 있고요. 근데 나중에 같이 일해 보고 후회했습니다. 실제 성격은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저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해 주는 추천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학점 몇 점 차이가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이나 사람됨을 가늠하지는 않더군요. “같이 일해 보았더니 이 사람 쓸 만해” 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해 주면 그 사람은 최소한 자기 몫은 해 냅니다. 성실, 인내, 열의, 지혜, 인품, 이런 건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거든요. 근데 현실적으로 짧은 면접 시간에 그 사람의 깊은 속까지 헤아려 보기 힘들어요. 그 사람과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사람됨을 보았던 사람이 있고, 추천하는 사람이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틀림없어요.

학교는 우리가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알려준다고 생각해야 해요. 학교에 막연한 큰 기대를 갖고 들어왔다가 실망하여 자퇴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수업 시간에 딴 짓만 하는 학생도 많이 봅니다. 원래 학교가 그런 거예요. 최소한만 알려 주는 곳이거든요. 나머지는 자기가 펼쳐가야 하는데 거기서 다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니 실망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어느 학교를 나왔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느 직업을 갖고 있느냐, 전문가이냐' 예요. 그러려면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하고 세부 계획이 있어야 하며 꾸준히 실천해야 해요. 이런 건 교과서에 없어요. 수업 시간에도 안 가르쳐 주고요. 브라이언 트레이시님의 말을 들어볼까요.

나는 지금까지 24개 나라에서 200만 명이나 되는 청중들 앞에서 2000번이 넘게 강연을 해 왔다 그 세미나와 대담들은 5분에서 5일에 이르기까지 길이도 다양하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특정한 주제에 관한 최고의 생각들을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이제껏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강연을 해 온 내가 만일 5분 동안 당신의 성공에 도움이 될 만한 딱 한 가지 생각만을 전해 줄 수 있다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날마다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이 조언을 충실히 따르기만 한다면 이제껏 배워 온 그 어떤 것보다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이 단순한 생각 하나가 4년 동안의 공부보다 더 값지다는 말을 한다. 나의 삶과 수백만 명의 삶을 바꾸어 놓은 이 생각은 당신의 삶 역시 바꿔 놓을 것이다.
- 브라이언 트레이시, 목표 그 성취의 기술, 5쪽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woongyee.egloos.com/tb/1924746 [도움말]

덧글

  • 네오바람 2009/07/04 09:11 # 답글

    으하하 그래도 학점 3.0이면 괜히 위축해서 생각하기도 해요. 제가 그렇거든요;
  • 웅이 2009/07/04 09:15 #

    출판사는 대기업도 없고 학점 따지는 몇몇 대기업도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 띠보 2009/07/05 08:26 # 삭제 답글

    저는 3.29로 졸업하고 올해 5월부터 서울의 한 출판사 마케팅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학점 몇점에 연연하지 않고, 포토샵 처리도 하지 않았지만
    지적해주신 몇몇 태도는 꼭 기억해둬야겠어요
  • 웅이 2009/07/05 09:22 #

    출판학교 수료하셨군요. 취업한 것도 축하하고 열심히 직장 생활하려고 하는 그 자세도 좋아요. 성공하실 거예요. 출판학교뿐 아니라 어느 출판사든 여자가 훨씬 많아요. 야근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같이 지내는 시간도 많아서 사내 커플도 많은 편이고요.
  • 책벌레 2009/07/05 20:13 # 답글

    공감...저도 출판계에서 일하려고 이리저리 정보를 습득하면서 학력이나 학점이 아닌, 실력과 목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 실례로 제가 입사기업으로 정한 복있는 사람의 경우 북디자이너를 뽑을때 비전과 포트폴리오를 보고 뽑지, 학력이나 학점은 보지 않습니다.
  • 웅이 2009/07/05 20:40 #

    복있는사람이 깨어 있는 회사죠. 대부분 참고는 해요.
  • 책벌레 2009/07/06 15:36 # 답글

    만약 제가 출판사 사장이나 부서책임자라고 해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요?","말씀하신대로 수정해보겠습니다."라고 물을 수 있는 분에게 일을 맡기겠어요.
  • 검은머리요다 2009/07/19 01:43 # 답글

    웅이님은 말씀을 조리있게 잘 정리하세요^^
  • 웅이 2009/07/19 06:47 #

    호호, 고맙습니다.
  • 길동이 2009/07/28 10:38 # 삭제 답글

    웅이 형님, 어제 술 잘 먹었어요.
    이번에 과 수석하시면 겨울에 맛나는 걸로 쏴주세요.
    여기에 이런 말 쓰는 거 아니라고 말하지 마시고, 쓰고 싶은 말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써도 되는 거니까...
    댓글로 하고 싶은 말 종종 남길게요.
    앞으로는 "길동아"라고 동생 대하듯 하세요.
  • 웅이 2009/07/28 11:37 #

    나도 즐거웠어. 덕분에 맛있는 술과 음식 먹었고.

    흐흐, 근데 여기에 이런 말 쓰는 것 아닌 것 맞아. 이런 말은 방명록에 쓰는 거거든. 본문 글과 관련 없는 내용이나 안부 같은 글은 방명록에. 댓글 환영. 누구나 댓글 좋아해요.

    나도 동생 대하듯 하고 싶은데 동생이 몸집이 커서 '동생 맞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 더구나 아이 둘 있는 가장이니 어떻게 보면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언젠가 익숙해지겠지.

    과수석했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올에이뿔 맞고도 잠수해 있는 학생이 종종 나와서 말이야. 잘 모르겠어. 가능성은 꽤 높은데 며칠 더 기다려 봐야 해. 나도 올에이뿔 맞을 수 있었는데 이젠 노안이 왔는지 어떤 과목 두 문제를 못 봐서 두 문제를 쓰지도 못했음. 어우 억울. 400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잘 되기를. 어쨌든 이 정도만 해도 성공이라 생각해. 난 '적응만 하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거든.

    근데 집에 오면서 생각해 보니 생각할수록 이미지가 홍길동보다 고길동 닮았더라. 후후, 왜 길동이라고 하는지 알겠어.
덧글 입력 영역


애드센스_왼쪽위

Google Analy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