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교수님과 그 분의 아픔 생각 나무

“이번 학기를 끝으로 강의를 그만 둡니다. 제가 우리 학교 말고 다른 학교도 몇 개 강의를 하고 있는데 그 학교도 그만 둡니다.” 우리 과에서 그나마 들을만한 강의를 하는 분인데 이번 학기를 끝으로 강의를 그만 둔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내가 들을만한 강의라고 한 것은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하거나 수업 중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너희들은 그것 정도'라는 식의 말을 하여 인격으로 존중하고 싶지 않은 교수님이 있기에 그렇다.)

이분은 요즘 들어 더욱 학생들 반응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제 강의할 때는 표정이 더 굳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 반응이 더 없었지. 아마 교수님은(우리들은 교수님이라 부르지만 이 분의 강사다.) 가르치는 쪽이라 잘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난 학생이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 보면 앉아 있는 자리에 따라 느낄 수 있는 폭이 정말 다르다. 교수님이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고민이 많았던 듯싶다. 그 고민이 극에 달한 지금 표정으로 나타난 거고.

3년 전부터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뭔가 통하지 않는 면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고 계속 고민했나 보다. 며칠 전에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사직서 제출할 때 함께 오랜 시간 같이 했던 담당 교수님도 놀랐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이분은 성실하고 과에서 다른 교수님이 꺼리는 강의도 맡아서 하고 실무 경험도 풍부하고 노력파다.

이분과는 나이대도 비슷하고(실은 내가 약간 많지만) 내심 좋아하는 분이라 질문 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을 해 주었다.
“교수님 잘못이 아니에요. 교수님 강의는 좋아요. 유료 온라인 강의를 해도 될 만큼. 요즘 학생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요. 교수님 사랑이 많아서, 욕심이 많아서 그래요. 좋아하는 여자에게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 여자는 자기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거든요. 강의는 20분만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세요. 유머 있게.”

“교수님 잘못이 아니에요”란 말을 한 것은 이 분이 신경증 증세가 있기 때문이었다.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자기 잘못으로 생각하여 짊어지는 증세. 여러 사람이 같이 있는 자리라 차마 신경증까지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 학생들 집중하는 시간과 교수님 욕심·사랑 이야기를 한 것은 이 분은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줄려고 하는 욕심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는 요즘 학생들은 좀 길어지면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한 금방 지루해한다.

안타깝다. 만일 이분이 정규직 교수라도 이런 결정을 했을까? 왜 성실하고 정직하고 착한 사람은 상처 받고, (화려한 경력으로 화장하여) 겉보기에 번지르하고 사내 정치와 줄서기를 잘하는 사람은 끈덕지게 붙어 있는 걸까? 특히 교육계는 더욱. 이 분은 강사뿐 아니라 꼭 교수님 되어야 할 분인데…….

부디 이 분,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학과 공부뿐 아니라 다른 면으로도) 의지하고 싶은 교수님이었는데 안타깝다. 난 올해 이 학교를 졸업하지만 좋은 교수님을 놓친 후배들이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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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1/07 22: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웅이 2009/11/07 23:15 #

    맞아요. 너무 성실해서 너무 정직해서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분이에요.
    대학은(특히 교수 사회는) 여전히 권위가 남용되는 곳이죠.
  • 2009/11/08 00:0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웅이 2009/11/08 00:09 #

    저도 그래요. 어쩌면 나를 투영하고 있어서 더욱 마음에 걸리는지도요.
  • K. 2009/11/08 13:59 # 삭제 답글

    안타깝군요... 모쪼록 잘 되시길...
  • 웅이 2009/11/08 20:56 #

    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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