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해야 할 일 (1) 출판 편집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궁금해 하는 분이 있고 나름 이 분야에서 십여 년 일을 했으니 도움이 될 듯 하여 글을 씁니다. )

첫마음을 잊지 마세요. 왜 출판사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으셨나요? 사람마다 까닭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첫마음조차 없다면, 즉 ‘일단 아무 직장이나 취업하고 보자’ 하여 출판사에 들어오셨다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첫마음보다는 목표란 말이 더 적절하려나요.

이 말을 왜 하냐면 출판사는 열악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편집자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상급의 출판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세금 빼면 신입 연봉이 천 만 원이 될까 말까 한 출판사도 꽤 있고 매일 야근에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는 곳도 꽤 있습니다. 일량도 많고 월급도 적다면 무엇으로 버텨나갈 수 있겠습니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그 목표점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일이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고 내가 나중에 무엇이 되겠다 하는 목표가 있으면 덜 힘듭니다.

끈기를 말해 보죠. 저는 소질보다는 끈기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판사에서 성공하려면요. 출판사에서는 오래 있으면 높은 자리에 오를 확률이 높습니다. 근데 대부분 버티지를 못합니다. 사실 저도 그랬고요. 출판사에서 하는 일이 전문적으로 보여도 사실 몇 년 해 보면 다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배우면 돼요. 선배가 가르쳐 주는 일 정신 차려서 배우고 혼자 몇 번 해 보면 다 할 수 있어요. 근데 어떤 사람은 나보다 뛰어 나지 않은 듯 한데 더 빨리 승진하는 게 보입니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 뛰쳐나갑니다. 직장정치라고 말하곤 하는데 출판사에도 직장정치가 꽤 있습니다. 자기 줄에 있는 사람을 더 우대해 주는 거죠. 출판사는 일의 특성상 여직원이 많습니다. 여직원은 평직원 때부터 파벌이 있습니다. 언니 문화, 즉 한 살만 많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화장실까지 같이 가고 점심도 꼭 그 사람이랑 먹는······ 이게 서로 친해서 좋을 수도 있지만 그 문화속에서 튕겨 나왔다면 버티기 힘듭니다. 하지만 끈기 있게 버티세요. 그러다 보면 그 사람들은 언제인가 모르게 퇴사해 있습니다. 그럼 내가 대리되고 과장되는 거예요.

직장 예절을 이야기할게요. 고백하자면 저도 사실 예절 바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불합리한 지시에 딱딱 부러지게 반발하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그때는 깨닫지 못했습니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알려주어도 한쪽 귀로 듣고 흘렸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지금 신입사원 때를 거슬러 생각해 보면 후회가 돼요.

같이 일하면서 ‘얘는 예절과 정신에 문제가 있다’라고 절감한 직원이 있었습니다. 맘고생을 얼마나 했던지. 때론 대들기도 하고 일을 맡기면 ‘이걸 왜 내가 하는가’ 하는 표정이 눈앞에서 보일 정도였죠. 그 직원의 눈높이에서는 자기 일이 아닌 듯해도 저는 미래에 필요한 일을 난이도를 낮추어 맡긴 거였거든요. 제가 상사인데도 맘이 얼마나 불편했던지. 평소 웃는 모습이 해맑고 좋았어요.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요. 그래서 같이 일할 직원으로 삼았는데 몇 개월 일하고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이 직원과 일하고 나서 저는 인간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절감했습니다. 기독교에 반감도 생겼고요.

출판사 신입사원이 갖추어야 할 예절을 알고 싶은 분은 김영만님이 쓴 실전 편집 기자론이란 책을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하기 힘들겠지만 헌책방을 검색해서라도 구해서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술 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선배 잔소리 같은 이야기까지 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중요한 원고의 마감 날짜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일인데요오’라고, ‘○○일’은 조그맣게 말하고 ‘데요오’는 힘주어 말해서는 제대로 일이 되지 않습니다. ‘······데에, ······요오’라는 억양은 되도록 빨리, ‘보통으로’ 말을 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합니다. -62쪽 8. 말씨와 말투

사실 말투는 오랜 시간 쌓여온 습관이라 쉽게 고치기 힘듭니다. 본인은 알아채기도 힘들고요. ‘데요오’ 어때요. 딱 우리들 말투죠? 저는 말을 잘라 하는 투가 있어서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말투가 있습니다. 같이 일하면서 이해하기 쉽고 듣기도 편한 말투요.


자기에게 걸려온 전화를 누군가가 받아주었을 때는, 반드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서 수화기를 들어야 합니다.
일 관계로 걸려오는 전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없게도 됩니다만, 사용으로 걸려온 전화를 오랫동안 받으면, 회사의 전화 회선 중 한 회선이 막혀 버리는 셈입니다.
이것은 자기의 개인적인 정보를 주위에 퍼뜨리는 결과도 됩니다. 신변의 사소한 일이니까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사소한, 별것도 아닌 일을 굳이 모두에게 알릴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다시 전화 걸 테니까” 하고 일단 전화를 끊은 다음, 공중전화로 다시 걸어 주거나, 빨리 집에 가서 느긋한 기분으로 걸면 남의 눈치 볼 것도 없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 96쪽 자기에게 걸려온 전화

어, 공중전화란 말이 나오네요. 지금이라면 휴대폰이란 말을 썼겠죠? 네 이 책은 98년에 나온 책입니다. 따라서 일부 내용은 시대에 맞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본 전화 예절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저렇게 회사 전화를 자기 전화처럼 쓰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저렇게 개인 전화가 길어지면 사람들은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앞에서 대놓고 지적하지는 않습니다만 저런 행동이 누적되면 ‘쟤는 공과사가 구분 없는 얘’로 찍힙니다. 연애를 하는 여직원이 자주 그러더군요.




다음 편에는 열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승진하는 데는 소질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합니다. 사장님이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임원이면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평직원은 열정이 더 중요합니다. 물론 소질이 있으면 좋겠지요. 소질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과 소질은 그리 없어도 열정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죠. 어느 사람이 이길까요? 출판사에서는 후자가 승리합니다.

덧글

  • ^^ 2012/01/20 17:55 # 삭제

    잘읽었습니다!!
  • 웅이 2012/01/20 20:30 #

    네, 감사합니다.
  • 모래알갱이 2012/02/20 19:32 # 삭제


    접하기 힘든 유용한 글 잘 감사합니다. 출판 신입 지원자 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웅이 2012/02/20 21:04 #

    감사합니다. 좋은 편집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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